지난 설 연휴 기간 동안 있었던 일
설 연휴가 끝나고 우리는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서울. 명절을 남양주에서 보내고 나서, 아내와 나는 아이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주기 위해 서울로 2박 3일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하지만 여행의 방향은 자연스럽게 둘로 나뉘었다. 딸과 아내는 쇼핑과 문화생활을 즐기고 싶어 했고, 아들과 나는 역사 여행을 하고 싶었다. 가족이 같은 공간에 머물러도 관심사가 다르면 여행의 방식도 달라지는 법이다. 결국, 우리는 각자의 스타일대로 여행을 즐기기로 했다.
서로 다른 관심사, 각자의 여행
아내와 딸은 코엑스로 향했다. 딸은 요즘 패션과 아이돌 문화에 관심이 많아졌고, 서울의 대형 쇼핑몰에서 직접 쇼핑을 해보고 싶어 했다. 코엑스에는 다양한 브랜드 매장과 서점, 카페 등이 있어서 하루를 보내기에도 부족함이 없었다. 아내 역시 딸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만족스러워 보였다.
반면, 아들과 나는 서울의 역사적 장소를 탐방하는 계획을 세웠다. 아들은 원래도 역사책 읽기를 좋아했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직접 눈으로 보고 배우는 경험을 해보길 원했다. 사실 아들은 또래 친구들보다 실내에서 혼자 종이접기를 하거나 책을 읽는 걸 더 좋아하는 편이라, 이런 여행이 잘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들과 나는 아침 일찍 서울 시내로 출발했다. 역사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는 도산공원이었다.
첫 번째 방문지: 도산공원 – 안창호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서
첫 번째 목적지는 도산공원이었다. 이곳은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곳으로, 공원 안에는 도산 안창호 기념관이 자리 잡고 있다.
기념관에 들어서자, 도산 안창호 선생의 생애와 독립운동 활동이 전시되어 있었다. 아들은 전시된 자료들을 유심히 살펴보면서 흥미로운 점이 있으면 내게 질문을 던졌다.
"아빠, 도산 선생님은 왜 교육에도 힘을 쓰셨을까요?"
"나라를 되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나라를 이끌어갈 사람들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이지."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전시된 자료들을 메모하는 등 진지한 태도로 기념관을 둘러보았다. 도산공원의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안창호 선생이 남긴 정신과 가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두 번째 방문지: 독립문 – 자유를 향한 상징
도산공원에서 나와 향한 곳은 독립문이었다. 독립문은 원래 청나라에 대한 사대주의를 청산하고자 세운 것이지만, 지금은 독립운동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독립문 앞에 서자, 아들은 역사책에서 본 사진과 실제 모습을 비교하며 감탄했다.
"아빠, 이게 진짜 독립문이구나! 생각보다 크네요."
"맞아. 이곳은 원래 영은문이라는 중국 사신을 맞이하던 문이 있었던 자리야. 하지만 우리가 더 이상 외세에 기대지 않고 자주적인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독립문을 세운 거지."
독립문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세 번째 방문지: 서대문형무소역사관 –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을 기억하며
독립문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가슴 아픈 장소였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당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수감되어 고문당하고 희생된 곳이었다.
전시관 안으로 들어서자, 실제 감옥과 고문 도구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아들은 말없이 벽에 새겨진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갔다.
"아빠, 여기서 독립운동가들이 고문을 당했다고요?"
"응… 나라를 되찾기 위해 싸웠던 분들이 이곳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셨지."
아들은 차분한 표정으로 전시된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투옥된 독립운동가들의 기록을 읽으며 한동안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아빠, 이런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살 수 있는 거죠?"
"맞아. 그래서 우리가 그 희생을 기억해야 하는 거야."
아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번째 방문지: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 임시정부의 역사
서대문형무소를 나와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으로 향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어떤 활동을 했는지, 독립운동가들이 어떻게 나라를 되찾기 위해 노력했는지를 알 수 있는 곳이었다.
임시정부의 초창기 모습부터 광복까지의 과정이 체계적으로 전시되어 있었고, 아들은 독립운동가들의 노력이 어떻게 결실을 맺었는지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듯했다.
"아빠, 임시정부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웠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독립한 거네요."
"그렇지. 임시정부는 해외에서도 독립운동을 계속 이어갔고, 광복 이후 대한민국 정부가 세워지는 기초가 되었어."
역사를 직접 눈으로 보며 배우는 시간이 아들에게 큰 의미가 된 것 같았다.
다섯 번째 방문지: 경복궁과 광화문 – 조선의 역사 속으로
역사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장소가 바로 경복궁과 광화문이었다. 경복궁의 웅장한 모습에 아들은 감탄했다.
"아빠, 조선시대 왕이 살던 곳이 이렇게 멋있었어요?"
"응, 경복궁은 조선의 첫 번째 궁궐이라서 의미가 커. 하지만 전쟁으로 많이 훼손되었다가 지금은 복원된 모습이야."
광화문 앞에서 찍은 사진은 이번 여행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였다. 아들은 조선 시대의 역사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에서 많은 생각을 하는 듯 보였다.
여섯 번째 방문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 근현대사를 배우다
마지막 방문지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었다. 독립 이후 대한민국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었다.
특히 대한민국의 산업화, 민주화 과정이 전시된 공간에서 아들은 눈을 반짝이며 관심을 보였다.
"아빠, 우리나라가 이렇게 성장하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네요."
"맞아. 많은 사람들이 희생하고 노력해서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는 거야."
여행을 마치며
이틀 동안 열심히 서울의 역사적인 장소를 탐방했다. 아들은 피곤할 법도 한데, 오히려 신이 나 있었다.
"아빠, 너무 좋았어요! 다음에도 역사 여행 또 가요!"
그 한마디에 나는 이번 여행이 아들에게 얼마나 의미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내와 딸도 쇼핑과 카페 탐방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비록 관심사는 달랐지만, 가족 모두가 만족한 여행이었다.
가족 여행은 꼭 같은 곳을 가야 하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관심사에 맞춰 여행을 떠나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이번 서울 여행은 우리 가족에게 그런 경험을 선물해 주었다.
다음엔 또 어디로 역사 여행을 떠날지 아들과 함께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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